美, 앱솔릭스에 560억 쐈다…왜?
2025년 5월,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첨단 기술 주권 강화를 목표로 시행 중인 ‘칩스법(CHIPS Act)’의 실제 보조금을 처음으로 한국 기업에 지급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Appsolix). 이 기업은 미국 조지아에 유리기판 생산 공장을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약 4천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인센티브를 넘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의 입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미국 ‘칩스법’ 보조금, 왜 중요한가?
‘칩스법(CHIPS Act)’은 2022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법안으로,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핵심 정책입니다. 약 527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책정되었고, 이를 통해 반도체 제조, 연구개발(R&D), 인재 양성 등에 다양한 형태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죠.
특히 이 법안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시설을 가진 글로벌 기업에도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진출 전략을 수정하거나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자금이 지급된 첫 수혜 기업이 한국의 앱솔릭스라는 점은 굉장히 상징적입니다. 단순히 선착순이 아니라, 기술력, 투자 실현 가능성, 미국 경제 기여도 등이 평가된 결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앱솔릭스와 유리기판, 무슨 기술인가?
앱솔릭스는 SKC가 2021년부터 준비해온 반도체 유리기판 전문 기업입니다.
유리기판은 말 그대로 기판을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 소재로 대체한 차세대 기술로, ‘꿈의 기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유리는 표면이 훨씬 매끄러워 초미세 회로 집적이 가능하고, 신호 전달 속도는 40% 가까이 빠르며, 열 확산 성능도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현재 커빙턴시에 위치한 앱솔릭스 공장은 연간 12,000㎡ 규모의 시제품을 생산 중입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 이유도 이 공장이 실제로 가동되고 있으며, 첨단 패키징 분야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앱솔릭스는 이번에 받은 4천만 달러 외에도, 앞서 미국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NAPMP)의 R&D 보조금 1억 달러 수혜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주는 의미
앱솔릭스의 이번 보조금 수령은 단순한 성공 사례를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입니다.
우선, SKC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영역에 집중하는 기업인데, 이 기업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건 향후 다른 중견·중소기업에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유리기판 기술은 앞으로 AI, 자율주행, 고성능 서버 등에서 핵심이 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인텔이나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이 기술을 주시하고 있으며, 실제 상용화는 2026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례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정책 대응 능력과 글로벌 협업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에 대한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칩스법 보조금을 실수령한 첫 사례. 앱솔릭스는 단순한 수혜 기업이 아닌, 미국 정부가 첨단 패키징 기술에서 신뢰한 첫 파트너입니다. 그만큼 유리기판이라는 기술의 잠재력도 인정받았고, 한국 기업의 대응 속도와 품질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했다는 반증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이 기회를 어떻게 더 키워나갈 것인가입니다. 정부는 보다 정교한 글로벌 협력 전략을 고민해야 하고,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상업화 속도를 끌어올려야 할 시점입니다.
앱솔릭스의 사례는 한국 기술기업이 글로벌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이야말로 정부는 실리 중심의 해외 전략을, 기업은 상업화와 기술 자립 기반을 점검할 시점이다. CHIPS법 이후, 다음 수혜자가 되기 위해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