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롯데에서 1조원 썼다…명품보다 더 놀라운 ‘K쇼핑’의 변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이 제대로 열렸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누적 외국인 고객 매출이 무려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외국인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증가 속도입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연간 외국인 매출은 7,348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는데, 올해는 이 기록을 7월에 이미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불과 두 달여 만에 다시 1조원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록에서 정말 눈여겨봐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백화점에서 사는 물건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롯데백화점 외국인 매출 1조원 돌파와 외국인 관광객 쇼핑 증가


외국인 매출 1조원, 절반 이상이 명동에서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가장 집중된 곳은 역시 서울 명동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등이 모여 있는 롯데타운 명동에서 발생한 외국인 매출만 약 5,200억원에 달했습니다. 전체 외국인 매출의 절반을 넘는 규모입니다.

잠실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롯데타운 잠실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2배 증가했고, 이 가운데 미국과 유럽 고객의 매출 비중은 35%까지 높아졌습니다.

서울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부산 지역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150% 증가했고, 전주점과 광주점 등 호남권에서도 외국인 매출이 100% 증가했습니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이 서울 명동이나 면세점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잠실과 부산, 지방 주요 도시까지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명품만 사던 관광객이 K패션·K푸드에 지갑을 열었다

외국인 매출 1조원을 단순히 명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명품 소비도 강했습니다. 올해 외국인 고객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K패션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약 2배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신진 패션 브랜드를 함께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 신진 K패션 브랜드만 약 100개로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먹거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백화점 식품관과 식당가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유명 음식점을 찾아다니고 K푸드를 직접 경험하려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백화점 식품관까지 관광 코스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외국인에게 한국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히 명품을 구입하는 장소만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롯데만의 기록일까…신세계·현대도 1조원 바라본다

이번 현상이 롯데백화점 한 곳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 매출은 약 8,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10월 5일까지 누적 외국인 매출이 약 8,050억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매출이 지난해보다 135% 증가했고 전체 방문객 4명 중 1명가량이 외국인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백화점 3사의 외국인 매출 집계 기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롯데는 아울렛과 쇼핑몰을 포함하고, 신세계는 백화점만, 현대는 백화점과 아울렛을 포함하기 때문에 숫자를 단순 비교할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흐름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된 관심이 K뷰티와 K푸드, K패션을 거쳐 이제 한국의 유통 공간 자체에 대한 소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무엇을 사느냐는 단순한 관광 이야기가 아닙니다. 화장품과 식품, 패션, 호텔, 면세점, 백화점은 물론 지역 상권까지 연결되는 소비이기 때문입니다.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1조원 돌파가 눈에 띄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조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을 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서울 몇몇 지역을 넘어 지방 상권과 국내 브랜드까지 얼마나 넓게 퍼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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