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통장에 12억?” 믿기 힘든 미성년자 자산…10억 넘게 가진 아이만 52명

초등학교 3학년쯤 되는 아이의 통장에 12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다면 어떨까요.

직장인이 평생 모아도 쉽지 않은 금액인데 최근 공개된 미성년자 금융자산 현황을 보면 생각보다 놀라운 숫자가 나옵니다.

은행 예·적금으로만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5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까지 합친 재산이 아닙니다. 은행에 들어 있는 입출식 예금과 정기예금·적금 등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통장에 12억원이 넘는 예금이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10억원 이상 예적금을 보유한 미성년자 52명


미성년자 통장에 들어 있는 돈만 9조7413억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은행연합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의 18세 이하 미성년자 예·적금 잔액은 9조741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2년 말 8조2865억원과 비교하면 약 3년 반 만에 1조4548억원, 17.6% 증가한 규모입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고액 예금을 가진 아이들의 숫자입니다.

  • 10억원 이상: 52명
  •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 124명
  • 1억원 이상~5억원 미만: 2419명

결국 은행 예·적금만 1억원 이상 가지고 있는 미성년자가 2595명에 달합니다.

특히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지난해 말 42명에서 올해 52명으로 늘었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 10명이 증가한 것입니다.

더 놀라운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 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은 0~5세 영유아 명의의 예·적금 잔액도 2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아이 통장에 10억원은 어떻게 생겼을까

미성년자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서 수억원 또는 10억원 이상의 돈을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통장에 큰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 증여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증여세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낸 뒤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것은 합법적인 자산 이전 방법입니다.

문제는 자금 출처가 분명한지, 증여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입니다.

미성년자에게 부모나 조부모가 재산을 증여할 경우 일정 금액까지는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공제 범위를 넘어서는 금액에는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억원, 수십억원 단위의 자산이 미성년자 명의로 이전됐다면 단순히 “아이 통장에 넣어줬다”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증여 시점과 증여자와의 관계, 신고 여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반대편에는 통장에 100만원도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번 자료에서 오히려 눈여겨볼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예·적금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약 722만8000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잔액이 100만원 미만인 미성년자가 약 560만2000명이었습니다.

전체의 77.5%입니다.

한쪽에서는 은행에만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52명이나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 10명 가운데 거의 8명의 통장 잔액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주식까지 보면 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한 미성년자는 5400명으로 집계됐고, 전체 미성년자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7조3113억원에 달했습니다.

예·적금뿐 아니라 주식 등을 이용해 일찍부터 자녀에게 자산을 이전하거나 투자하는 가정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아이 이름의 통장에 10억원이 넘게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성년자 2595명이 예·적금만 1억원 이상 가지고 있다는 숫자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부모의 자산이 자녀의 출발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증여와 자녀를 위한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미성년자 명의로 거액의 돈이 이동한다면 그만큼 자금 출처와 증여 신고가 투명하게 이뤄지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초등학생 나이에 10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가지고 출발하고, 누군가는 100만원도 없이 출발합니다. 이번 통계가 단순한 ‘금수저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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