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이 1년 만에 3461만원에서 1억1130만원으로 뛰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넘어서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이 갑니다. 그런데 이번에 평균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은 곳은 일반 기업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입니다.
올해 8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에게 지급된 평균 성과급은 1억1130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평균 3461만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입니다.
단순히 주식시장이 좋아져서 보너스를 많이 준 것일까요.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성과급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국민연금의 투자 성과뿐 아니라 성과급을 계산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영향도 있었습니다.
평균 1억1130만원, 직급 올라가면 2억원 넘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공개된 내용을 보면 올해 성과급을 받은 운용직은 411명입니다.
지난해 376명보다 지급 대상도 늘었습니다.
평균 성과급은 1억1130만원이었지만 직급별 차이도 상당했습니다.
수석 운용역의 평균 성과급은 2억1098만원, 선임은 1억8472만원, 책임은 1억1848만원이었습니다. 전임·주임급도 평균 7128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직원들이 모두 1억원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이번에 공개된 수치는 국민연금공단 전체 직원의 평균 성과급이 아니라 거대한 국민연금 기금을 실제 시장에서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직의 성과급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과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투자합니다. 따라서 운용 성과에 따라 전문 운용인력에게 지급되는 보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익률만 오른 게 아니다, 계산 방식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지난해 3461만원이었던 평균 성과급이 어떻게 1억1130만원까지 올라갔을까요.
우선 투자 성과가 좋아졌습니다.
올해 지급된 성과급에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누적 수익률 등이 반영됐습니다.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은 9.75%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수익률 상승만으로 이번 증가폭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성과보상 체계 자체도 바뀌었습니다.
올해 성과급 지급률은 78.6%로 지난해 36.5%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성과급을 계산하는 기준도 기존의 ‘기본급 총합’에서 ‘기본급 총합의 1.5배’로 확대됐습니다.
평가 방식에는 기존 상대평가뿐 아니라 절대평가가 추가됐고, 목표성과급에는 5년 누적 성과를 반영하도록 변경됐습니다.
즉 이번 성과급 증가는 투자수익률이 좋아진 효과와 보상체계 개편 효과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상체계를 손본 배경에는 전문 운용인력 확보 문제도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이 커지고 해외투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민간 금융회사나 해외 운용기관과 전문인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데, 보상 수준의 차이 때문에 우수 운용역이 이탈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국민연금 수익이 좋아지면 내 연금도 더 받게 될까?
여기서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기금을 이렇게 잘 굴렸다면 내가 받는 국민연금도 더 많아지는 것 아닐까?”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수익이 좋아지는 것은 연금 재정에는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특정 연도의 투자수익률이 높았다고 해서 가입자가 다음 달부터 받는 연금액이 그만큼 바로 올라가는 구조는 아닙니다.
개인의 노령연금액은 가입기간과 가입 중 소득, 연금액 조정 방식 등 제도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운용역 성과급 1억원’과 ‘내 국민연금 수령액’을 직접 연결해서 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처럼 장기간 막대한 기금을 운용해야 하는 제도에서는 투자수익률이 장기적인 재정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도 단순히 ‘공공기관에서 1억원 넘는 보너스를 줬다’는 숫자만은 아닙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전문가에게 어느 정도의 성과보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높은 수익을 냈을 때 어떤 기준으로 보상해야 하는지 역시 함께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성과급이 3461만원에서 1억1130만원으로 뛰었다는 숫자는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기금의 장기 투자성과, 성과급 산정방식 개편, 전문 운용인력 확보라는 세 가지 배경이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더 중요하게 지켜볼 숫자는 성과급 자체보다 국민연금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