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차가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하이브리드 판매를 빠르게 늘리며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나가던 한국 자동차 업계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났습니다.
유럽연합(EU)이 수입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에 공식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현대차·기아에 관세가 부과되거나 수출 물량이 제한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보내는 하이브리드 차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EU가 갑자기 하이브리드차 조사에 나선 이유
EU 집행위원회는 10월 30일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하이브리드 신차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대상에는 일반 하이브리드차(HEV)는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도 포함됩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제품의 수입이 급격하게 증가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높이거나 수입 물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EU가 주목하는 것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하이브리드차 수입량입니다.
EU 집행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EU의 하이브리드차 수입은 2023년 약 96만 대에서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약 142만 대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조사가 시작됐다고 해서 곧바로 수입 제한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EU는 수입 증가와 역내 자동차 산업 피해, 두 요소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조사한 뒤 실제 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현대차·기아에는 왜 중요한 문제일까?
이번 조사가 국내에서 관심을 받는 이유는 현대차와 기아가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판매한 하이브리드 차량은 약 18만1천 대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판매 차량 가운데 하이브리드 비중이 상당히 커진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 지역입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유럽에도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하이브리드 차량을 유럽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코나·싼타페 하이브리드와 니로·쏘렌토 하이브리드 등 일부 차량은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럽에서 판매된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차량 가운데 약 34.8%가 한국 생산 차량으로 보도됐습니다.
따라서 향후 EU가 실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고 한국산 차량에 수입 쿼터 등을 적용한다면 국내 생산 차량의 유럽 수출 전략에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 충분한 물량이 배정된다면 영향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조사 결과와 국가별 적용 방식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아 실적은 좋은데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공교롭게도 EU의 조사 착수와 같은 날 기아는 좋은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기아의 2026년 3분기 매출은 31조5,9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조8,183억원으로 24.3% 증가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판매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기아의 3분기 글로벌 하이브리드 소매 판매는 약 17만2천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습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차량 전체 판매도 약 30만 대까지 늘었습니다.
결국 하이브리드는 이제 단순한 보조 차종이 아니라 자동차 회사의 판매와 수익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EU 조사가 더욱 중요합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EU가 실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것인지, 한국산 차량에 어느 정도의 물량이 허용될 것인지, 그리고 현대차·기아가 유럽 현지 생산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입니다.
아직 “현대차·기아 수출길이 막혔다”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현재는 조사가 시작된 단계입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가 현대차·기아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커지고 있는 시점에 등장한 새로운 통상 변수라는 점에서는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팔려서 좋아했는데, 너무 많이 팔리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무역장벽을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