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구조조정 현실(은행 점포 축소,인력 감축,디지털 전환)

은행원이란 직업은 한때 수많은 청년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렸습니다. 복지 좋고, 연봉 높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이미지는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 뱅킹의 확산과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은행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그 변화는 은행원 개개인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줄어드는 은행 점포 수와 늘어나는 희망퇴직 사례는 이 같은 변화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을 위한 조정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 구조 변화로 인한 깊은 긴장감이 깔려 있습니다.

사라지는 은행 점포, 줄어드는 고객 접점

지방의 어느 작은 도시.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 골목에 두세 개씩 있었던 은행 지점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도 그 흐름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2012년 7836개였던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24년 말 기준 5792개로 줄었습니다. 12년 사이 2000곳 넘게 사라진 셈입니다. 이는 단순히 지점 몇 개가 없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은행이라는 산업 자체가 물리적인 공간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모바일 앱 하나로 대출 신청부터 계좌 개설까지 가능해진 지금, 은행에 직접 방문할 이유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이미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이제는 중장년층마저도 모바일 뱅킹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 계층은 여전히 창구 이용을 선호하며, 점포 폐쇄로 인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운영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사회와의 단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고객과의 접점을 줄이는 일이 장기적으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봉 7000만원 은행원도 떠나는 이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올해도 수백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습니다. 올해 국민은행은 647명, 신한은행은 541명, 우리은행은 429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특이한 점은 퇴직자들의 연령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년을 앞둔 50~60대 직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30대 후반 직원들까지 대상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은행권 초봉이 7000만원에 이르고,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미래 불안’입니다. 아무리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5년 뒤 내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특히 AI와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단순 창구 업무는 물론, 상담, 심사, 리스크 관리까지도 기계로 대체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은행원은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조건’이라 판단하고 퇴직금을 활용해 유학, 자격증 준비, 창업 등의 길로 방향을 틉니다. 실제로 희망퇴직자 중 상당수는 MBA 진학이나 회계사, 노무사, CFP 같은 전문직 자격 취득을 목표로 제2의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선 '은행은 이제 평생직장이 아니다'라는 말이 회자되며, 조직 문화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 은행원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이제 은행원이란 직업은 더 이상 ‘고객 응대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 테크 전문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데이터 분석, AI 알고리즘 설계, ESG 리스크 평가,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 등 전통적 은행 업무와는 다른 분야가 핵심 직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이라는 본업에 IT, 디자인, 심리학, UX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즉, 이제는 ‘전문가’가 아니라 ‘융합형 인재’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입니다. 이는 단지 신입 행원뿐 아니라, 현재 재직 중인 모든 직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은행들이 내부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는 여전히 직원 개개인의 체감보다 빠릅니다.

향후 10년 안에 은행 조직 구조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면 지점은 일부 프리미엄 서비스에만 집중되고, 대부분의 서비스는 비대면 기반으로 운영되며, 인력 구성도 기술 전문가 중심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직장에 있어도 오래 머무르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은행원’이라는 이름이 과거의 상징을 벗고, 새로운 시대의 전문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변화를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단지 회사의 변화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습니다. 급변하는 금융 산업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끊임없이 바꾸는 것. 그것이 지금의 은행원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