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 규제에 발목 잡히다(조선업,병역특례,근로제도)
최근 한국 조선·방산 산업 현장에서는 일감이 쏟아지는 가운데도,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규제로 생산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대기업 병역특례 미적용, 고령 인력 고용 부담, 중대재해처벌법 등 복잡한 규제들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주요 산업 현장의 현황과 기업들의 목소리, 그리고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감 넘쳐도 생산 못하는 조선·방산업계 (조선업 규제 문제)
2025년 들어 조선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의 대규모 선박 발주가 이어지면서 조선소에는 일감이 몰리고 있으나, 이를 제때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으로 인해 야근과 주말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업은 부품 하나만 늦어도 전체 공정이 중단되는 고밀도 산업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협력업체조차 인력 문제와 근로시간 제한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해 계약 이행에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방산업계 역시 수출 확대를 위해 추가 근무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법적 제약 때문에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탄력근로제나 선택근로제와 같은 유연한 근무 제도가 법적·현실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기회는 곧 경쟁국에 빼앗기게 될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 및 방산 산업에서는 제도 유연성이 경쟁력 그 자체라는 인식이 현장에서 절실합니다.
대기업 R&D, 병역특례 제외의 부작용 (연구인력 문제)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R&D) 부문에서도 또 다른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연구요원 병역특례 제도가 중소·중견기업에만 배정되다 보니, 대기업은 석·박사급 인재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의 대기업 R&D 부서입니다. 이공계 석사 졸업자들은 병역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으로 이동하지만, 대기업은 아예 인력 확보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첨단 기술의 연속성 있는 연구 수행을 막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첨단전략산업군에 한해서만이라도 대기업 병역특례를 허용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대기업의 특혜가 아닌, 국가 산업 경쟁력을 위한 합리적 조정이라는 주장입니다.
중소기업과 고령자 고용의 이중고 (노동 유연화와 안전 규제)
중소기업은 늘어난 납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장 근무가 필수적이지만,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두 가지 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무엇을 해야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형사책임이 부과되어 법적 불안정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안전관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그 자체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는 중소기업 생태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고령화 시대에 맞춰 고령 인력 재고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행 제도는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유연한 인력 활용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해고의 자유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업무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조차 해고가 어려운 구조는 기업의 채용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절실
지금의 산업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한 규제 시스템이 필수입니다. 주52시간제, 병역특례, 안전 규제 등은 모두 그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적용되면서 오히려 산업 현장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업종별 특성과 규모에 맞는 차등적 제도 적용과 함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통해 기업 활동을 뒷받침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산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규제의 균형점을 찾을 시점입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입니다. 업종별 현실에 맞는 유연한 규제 설계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수립이 절실합니다. 현장의 제약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눈앞의 기회마저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기업과 정부, 정치권 모두가 균형 잡힌 해결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