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운전자가 그냥 내려서 가버립니다. 그런데 잠시 뒤 납작한 로봇 두 대가 자동차 밑으로 들어갑니다. 바퀴를 들어 올리더니 자동차를 통째로 빈자리까지 옮겨 주차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대위아가 개발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주차로봇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로봇이 단순히 운전자를 편하게 해주는 장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존 주차장의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 아파트와 대형 건물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차 밑으로 로봇 2대가 들어간다
현대위아 주차로봇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로봇이 아닙니다.
차량 아래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낮고 납작한 형태입니다. 두 대의 로봇이 한 조가 돼 자동차 앞뒤 바퀴를 들어 올린 후 차량을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킵니다.
운전자가 좁은 주차공간까지 직접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지정된 장소에 자동차를 세워놓으면 이후 주차 과정은 시스템이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현대위아에 따르면 최대 약 3.4톤의 차량까지 운반할 수 있어 일반 승용차뿐 아니라 대형 SUV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차 공간이 최대 50% 늘어난다고?
주차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입니다.
일반 주차장은 사람이 직접 차를 넣고 빼야 하기 때문에 운전석 문을 열 공간과 차량이 이동할 통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로봇이 차량을 옮기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사람이 차에서 내릴 공간을 주차면마다 확보할 필요가 없고 차량 사이 간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직접 회전하거나 후진할 공간 역시 줄어듭니다.
현대위아는 주차로봇을 활용할 경우 기존 자주식 주차장과 비교해 차량 수용량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는 주차장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공간에 더 많은 자동차를 넣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이제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주차로봇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적용 장소가 공장이나 업무시설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위아는 경기도 시흥의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동주택에 주차로봇을 적용하는 국내 첫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현대위아는 건설사와 시공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주차로봇 시연 행사도 열었습니다. 향후 새로 짓는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에 주차로봇 시스템이 적용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미 서울 성수동의 팩토리얼 성수에서는 주차로봇이 상용 운영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와 미국 생산시설 등에도 관련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자동차에서 내리면 주차는 로봇이 알아서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운전자가 주차장을 빙빙 돌면서 빈자리를 찾는 모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운전자는 정해진 장소에 자동차를 세운 뒤 내립니다.
이후 시스템이 빈 주차공간을 찾아 로봇에게 위치를 알려주고 로봇이 차량을 이동시킵니다. 차를 다시 이용할 때는 시스템을 통해 호출하면 로봇이 자동차를 출차 장소까지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현대위아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주차로봇과 주차용 엘리베이터를 결합한 오토발렛 주차 시스템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차로봇이 자동차를 옮기고 전용 엘리베이터가 층간 이동까지 담당한다면 지하 여러 층의 주차공간을 자동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현대위아는 왜 주차로봇에 뛰어들었을까
현대위아는 자동차 부품과 공작기계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제조현장을 자동화하는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주차로봇 역시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중심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부품회사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류로봇과 주차로봇,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연결됩니다.
특히 주차로봇은 자동차 기술과 로봇 제어, 물류 자동화 기술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위아가 가진 기존 기술과 연결하기 좋습니다.
아파트 주차난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저녁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건물이 들어선 상태에서 지하주차장을 새로 확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막대한 공사비가 들고 공간 확보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주차로봇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차량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로봇 설치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 고장이나 정전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기존 주차장 구조에서 실제로 얼마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 등은 따져봐야 합니다.
모든 아파트에 당장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주차하는 공간이었던 주차장이 앞으로는 로봇이 자동차를 보관하고 꺼내주는 자동화 공간으로 바뀔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차에서 내려 키를 챙겨 집으로 올라가면 주차는 로봇이 알아서 하는 시대.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신기한 로봇 하나가 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아파트 주차장의 모습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